ㆀ 일기 & 낙서ㆀ

벽소령 일기

달이 하이디 2005. 12. 2. 20:50

 

 

`도종환 시인의 오월편지가 아니어도...

 

 

몇 해 전

 

여름휴가

 

겁없이 따라나섰던 지리산 종주길~

 

지친몸으로(청바지 차림) 아파오는 다리와 내 인내심이 쌍곡선을 이룰 때 쯤

 

그 모습을 나타낸 벽소령 산장""

 

맨 먼저 나의 눈길을 끈것은 산장입구의 빠~알~간 우체통이었다.

 

(그것은 지리에 또 한 번 반해 버린 이유 중 하나이기도)

 

그리고

 

난 오랫동안

 

그  빠 알 간 우체통을 넋을 놓고 오래 오래 바라보았던가...

 

그러면서

 

내 곁 나무의자에 앉은 일행에게

 

이렇게 물었던 기억이~

 

저 우체통에 편지를 부치면 정말 배달이 될까라고^^

 

 

늘상 그랬듯 잉크냄새 나는 만년필만 찾다 보니

 

내심 지리의 기후에

 

내글이 비어 젖어 읽지도 못하게 번져버리진 않을까 하는...

 

지금 생각하면 참 바보같은 걱정이었지만

 

그땐 그걸로 엄청 고민에 빠진 내게 일행 曰 --->도무지 쓸데없는 걱정만 하고 산다고 -,.-;;

 

그 밤 내~내

 

그 우체통 때문에

 

꽉찬 만월같은 그리움으로 떠오르는 얼굴 하나 있었던가""

(만약, 준비해간 엽서라도 있었더라면)

 

어느 시인의 싯구처럼

 

어쩌면

{우표만큼의 관심도 없을 내게

산행길, 멀리 있다는 이유만으로 상처의 불안도 잊은 채

마치 애인인양 그립다고}

 

설레임 가득한 편지를 띄우고 말았으리라~~~

 

지리의 일몰과 벽소령의 달빛, 세석의 이름모를 꽃이랑

 

운무를 가득 담은 푸른 편지를.......

 

왜일까^^!

 

난 도심의 길을 걷다가도 우체통만큼은 그냥 지나치지를 못한다.

 

우체통만 보면 행복에 찬 글씨들이 줄을 서고

 

詩와 바다와 자전거가 있는 영화

 

일포스티노의 마리오가 버릇인 양 오버랩 된다.

 

하물며 지리의 주능선에서 맞딱뜨린

 

뜻밖의 그 이뿌디 이쁜 빠~알~간 우체통의 경이로움이란""...

 

현대문명의 아웃사이더이며 기계치인 난

 

범람하는 디지털 문명의 이기에 몹시 적응하기 힘들어 하고

 

잉크 냄새 나는 펜으로 쓴 글이 더 체질에 맞고 매력적이라서 일까^^

 

그런 내게 울릉도 갔을 때 직장동료는 갯바위에서 꿩의 깃털을 주어 주면서

그걸로 잉크를 묻혀 글을 쓰라고^^

 

// 난 왜 대책없이 복고풍조의 우체통에 집착하는지^^ //

 

그래서 일까^^

우리가 외면해 버린 듯한 도심의 우체통을 보면

한 번 더 눈길이 머문다.

 

마치 저버린 양심인양 가슴 한 켠이 저려 올때도/

 

이 다음에 지리에 들면

그리운 사람에게 행복한 여정이 묻어 나는

푸른 편지를 꼭 띄우고 말리라.....